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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독학

시간에도 종류가 있더라

by Vanilla2shot 2023. 4. 30.

몸이 좀 무겁지만 도서관으로 향해본다.  천근만근 발걸음을 옮기며 이건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달래며 이동한다. 

시간에도 종류가 있어서 시간을 좋은 쪽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흔하게 나도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그렇게 없는데 나는 유튜브에 추천 영상을 꼬박꼬박 보고 있고 내 폰은 하루 평균 9시간 넘게 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회사 업무를 보고, 참 신기하게도 하루 2건 이상의 회의를 하고 있으며, 외부 미팅도 많은 편이다. 이런 시간들을 더해보면 나는 잘 시간도 없어야 하는데 충분히 취침 시간이 있고, 최신 드라마도 잘 챙겨보는 편에다 짬짬이 독서와 인강도 듣는 편이다. 

 

이런 나를 보면서 시간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란 사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재밌어하는 일을 하는 시간은 참 잘도 만들어내는데, 하기 싫은 일을 할 시간은 내어 놓기가 싫어서, 시간이 없다고 습관처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시간의 종류를 나만의 방식으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 시간은 증명의 시간이다. 

우리는 흔히 증명의 시간을 가장 많이 쓰도록 교육받아왔다. 학생이 공부를 하는 것, 직장인이 일을 하는 것, 상인이 거래를 하는 것, 아주 익숙하고 그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런 일에 쓸거야 라고 당연히 성립되는 시간들을 말한다. 증명의 시간이라고 말한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과제 같은 의무를 실행하는 시간이다. 학생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고 점수를 올려야 하고, 직장인은 내가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해냄으로 해서 내가 이곳에서 적정한 사람임을 증명하고, 상인은 장사를 하고 매출을 올림으로 해서 내가 그 직업에 충실하고 있다고 증명하는 시간이다. 

 

두 번째, 시간은 기회의 시간이다.

증명의 시간과 기회의 시간을 나누어야 한다. 나를 증명하는 시간에 온통 시간을 다 쓰고 나면 나에게 기회를 줄 시간이 없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나의 실력과 나의 노력과 그동안 준비된 나를 증명했다면, 그다음은 기회의 시간으로 넘어가야 한다. 증명된 시간을 바탕으로 나에게 더 나은 기회가 주어지도록 나를 드러내는 시간이다. 

 

예를 들면, 

나에게 주어진 문서를 만든다, 내용을 충실히 하고, 탄탄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동안 갈고닦은 내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증명의 시간이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제 기회의 시간으로 넘어간다. 문서를 이쁘게 만들어볼까? 요즘 유행하는 템플릿을 적용해 볼까? 보다 가독성 있는 폰트를 적용하고 볼드를 하고, 강조 형광팬을 긋고, 표를 더 정갈하게, 인포그래픽을 넣어 더 쉽게 내용을 파악하도록 해볼까? 이런 시간들은 기회의 시간이다. 

 

끝냈다고 하는 순간에 일은 끝났다. 

하지만 기회의 시간을 쓰는 것부터는 내 선택이다.  내 의지로 내가 결정으로 내가 쓰기로 한 시간부터를 기회의 시간으로 부르겠다.

 

세 번째, 시간은 기대의 시간이다.

증명의 시간과 기대의 시간과는 다르게 온전히 나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즐겁고 답을 잘 모르지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으로 충분히 즐기는 시간이길 바란다. 내가 나를 양육하는 기분으로 나에게 가르치고 훈련하고, 나를 가꾸며, 나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나에게 감동과 감명을 주고 새로운 자극으로 가득한 시간들을 말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을 수 도 있고, 때로는 빡빡한 커리큘럼을 짜서 나에게 시킬 수도 있으며,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일 수 도 있다. 매일매일 조금씩일 수 도 있고, 휴가 기간에 시간을 내서 줄 수도 있으며, 이 시간을 나에게 주어야 행운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네 번째, 시간은 고요의 시간이다

세 가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충전의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이 시간을 고요의 시간이라고 부르고 싶다. 혼자 있기를 추천한다.  혼자 걷거나, 멍하게 하늘을 보거나, 잠시 생각을 멈추고 경치를 보고, 지나는 행인을 보고, 주변의 가족의 얼굴을 보는 고요한 시간을 추천한다. 물론 잠자는 시간도 고요한 시간에 해당한다. 충분히 휴식하고 시간들을 보내고 난 뒤 한숨 돌리는 시간을 나에게 줌으로 해서 무언가를 하거나, 해야 하거나, 해내거나 하는 시간에서 멀리 떨어져 그냥 보내는 시간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하는 시간이라서 다른 시간보다 많이 갖고 싶은 시간이지만 절제가 필요한 시간이다.

 

다섯 번째는 확인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내 주변의 가족과 친구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여전히 사랑스럽게 일상생활 속에 나와 함께  잘 지내고 있는지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나누며, 사소한 걱정과 식사를 하며 내 삶에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서 함께하고 있고, 삶을 지속하는 이유가 되는 시간이다. 존재를 확인하고 왜 이런 시간들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하겠다. 때로는 피로하고 때로는 마냥 즐겁지만 않은 관계일 수 도 있지만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불러보겠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증명과 확인으로 반복될 때 지친다.

또는 끝도 없는 기대의 시간으로 언제쯤 나를 증명할 수 있을지 몰라 헤매기도 한다. 

누군가는 증명과 고요만이 지속된 나를 확인하지 못해 외로운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종류를 몰라 어쩌면 지겨웠던 건 아닐까, 기회의 시간을 몰라서 기회가 없었고, 기대의 시간을 주지 않아 어쩌면 기대만큼 원하는 걸 얻지 못했을지 모른다.  

 

나에게 쓰기란 어렵지만 용기 내는 기대의 시간이다. ^^

202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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